화가는
그야말로 준험한 산령을 넘는 가시밭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섣불리 대들어서도 안되며 안이하고 미온적인 접근도 금물이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꼬치로 뚫어야하는 비장한 각오를 감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려운 번뇌를 극복하면서 끊임없는 정진과 투쟁으로 일구어내는
희열감이 없다면 도전할 기력을 찾지못할 것이다. 예술과 작가의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소중한 극약 처방은 곧 희열감을 맛볼때의 감동이며 그것을 머금고 사는
예술가는 정년퇴임이 없다는 한줄기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을땐 서슴치 않고 붓을 들은 채 내 생애를 다하는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삶의 지혜란 일손을 덜고 마음을 맑게 하여 고요속에 사는 것이라 했거늘
그 교훈을 실천하지 못하고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누적된 작업량을 본다.
그럴 때마다 밀레가 말했던 "화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라는 말을 떠올리곤 한다.
오랜 세월 먼지 속에 쌓여있던 그림들의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벗겨지고 달아빠진
부분과 물감의 균열을 보수하기에 바쁘다. 그러함으로 작은 창조자의 손을 통하여 재생되는
그림들의 윤기는 곧 부활이며 삶을 회복하는 한줄기의 희망의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