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한 마티엘과 신선한 색채

 

 

                                                                                                                  오광수(미술평론가, 전 국립현대미술관)

 

 

 

그의 작품 세계는 조형적인 문맥에서 본다면 자연주의 시각과 고전적 엄격성을 동시에 구비하고 있으나 바로 그러한 문맥으로 관념되는 어느 특정한 유파나 경향에 얽매여 있지는 않다. 바로 이점이 앞에서도 말한 자기 일에 몰두하는바 독창성의 추구와 일치되는 것이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유럽여행을 통해 더욱 풍부한 조형체험을 쌓았다.


평범한 생활주변과 자연경관에서 모티브를 찾는 소박한 관심은 그대로 지속되면서도 유럽풍물의 작품과 귀국 후 최근작들에서 현저하게 발견되는 중후한 마티엘과 신선한 색채감각은 더욱 심화되어 가는 그의 조형세계의 간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흔히 새로운 세계와 접하면 방법의 변혁을 꾀하려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는 바이지만 최예태의 경우 일시적 관심과 예술세계가 주는 변화의 유혹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으며 자기 세계를 심화시켜가는 방법의 천착에 골몰해 있는 인상을 줄 뿐이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시각은 감동과 공감의 터전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겸허한 태도를 지속해 보인다. 따라서 이국적인 풍경은 그것을 처음에 대한 사람이 받는 순수한 시각적 감흥을 무리 없이 다시 환기시켜 놓는다. 그것은 결코 객관적 묘사의 충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리라. 그림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든 인물을 대상으로 하든 이미 그러한 대상의 재현이기에 앞서 화면이라고 하는 현실의 제세이고 독립된 또 하나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작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이미 화면자체의 강한 회화성을 엿보여 주며 그러한 회화성이 경쾌한 터치와 더욱 밝고 대비적인 색감의 구성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케 한다. 그의 작품이 주는 감흥은 회화만이 지닐 수 있는 색채의 음악을 더욱 깊이 있게 연주해 주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