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을 오랫동안 보지못한 날은 온 몸에

작은 비늘이 돋는다.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 산에 닿고 싶었다.


그러나,

무수히 떠나고 되돌아 사랑하여도

산은 경전처럼 깊고 멀구나

때로 귀신처럼 눈떠지는 신새벽이면

나는 마구 달려 검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산에 닿는다.


그러나 산은 물기어린 작은 이파리 하나

보여주지 않은채 비안개속으로 지워져가고......

아, 존재의 부질없음이여.


이윽고 텅빈 항아리처럼 되돌아온 아침

팽팽히 긴장된 캔버스는 화두처럼 나를 응시하고

내가 저 산을 그리는 것이 아니요.

저 산이 나를 그리듯

내림굿을 받은 무녀처럼 떨리는 붓을 잡는다.